아동학대

 

'정인이'는 16개월 된 아이로 입양된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받아 2020년 10월에 결국 사망했다. 이 사건은 11월 말에 알려졌고, 최근 방송을 통해 양부모의 잔학성이 드러나면서 사람들은 분노했다.

 

정인이가 학대를 받는 것 같다는 신고가 3번이나 있었지만, 경찰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하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막을 수 있었던 죽음을 방조했다며 담당 경찰관들을 파면하라는 국민청원에 20만 명이 동의했고, 6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해당 경찰서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하여 대기발령 조치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신상공개와 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 혐의를 적용해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도 23만 명의 동의를 얻어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번 '정인이 사건'으로 양부모를 엄중하게 처벌하라는 여론과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제도에 대해 전반적인 문제가 제기되면서 국회에서는 급하게 정인이 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쏟아졌고, 1월 임시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임시국회 회기는 8일에 종료하기 때문에 졸속 심사 우려가 나오고 있으며, 갑자기 쏟아지는 법과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효성이 없다", "현장을 더 힘들게 한다"라고 밝혔다.

 

 


 

■ 2020년 1월 5일~6일 발의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

 

 

 

1. 노웅래 의원(민주당) 등 16인

아동 학대 치사에 대한 처벌 수준을 2배로 높이고(현행 5년), 아동학대 무관용법(아동 학대범 신상 공개)

 

2. 김성원 의원 등 10인

아동학대범죄 신고에 대해 '할 수 있다'는 규정을 '해야 한다'로 바꿈, 아동학대행위에 대처하는 기관에 대해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전반적으로 '해야 한다'로 바꿈

 

3. 김병욱 의원(국민의 힘) 등 34인

아동학대행위자에게 피해아동의 상담, 교육, 의료적·심리적 치료 비용을 부담시키는 근거를 추가

 

4. 강훈식 의원(민주당) 등 10인

아동학대범죄를 특정강력범죄에 추가하고, 가해자의 신상 공개하도록 하는 특정강력범죄처벌법

 

5. 김정재 의원 등 10인

아동보호사건의 조사·심리를 위한 소환,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 등의 법정의무나 업무를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이행 한 자에 대해 1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현행 500만 원 이하 과태료)

 

6. 김병욱 의원 등 34인

피해 아동, 아동학대범죄신고자, 목격자 등이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행위자와 격리하여 조사하게 하고, 증인에 대한 신변안전조치 규정 신설

 

7. 김용판 의원 등 16인

의료기관 종사자는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해당 아동에 대한 다른 의료기관 진료 기록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며, 사법경찰관리나 전담공무원이 현장출동을 2회 이상 한 경우에는 반드시 피해아동 등을 보호시설로 인도하여 학대행위자와 분리되도록 함

 

8. 이주환 의원 등 11인

아동학대치사죄에 대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중상해죄에 대해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함 (현행 아동학대범죄자가 아동을 사망하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아동의 생명에 위험을 발생시키거나 불구 또는 난치병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범죄 전담 검사와 사법경찰관을 두고 수사에 관련한 전문교육 실시하여 신속한 대응과 피해자 보호의 전문성을 기르도록 함 

 

9. 이원욱 의원 등 10인

영유아나 장애아동에 대해 아동학대범죄를 저질러 사망하게 하거나 생명에 대한 위험 발생 및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하거나, 상습범은 가중 처벌함 

 

 


 

■ 전문가들의 입장

 

 

 

"형량 늘리기, 새로운 대책 마련하기보다는 현재 있는 제도들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 지자체의 아동 학대 전담 공무원들이 예민하게 사건을 보고 행정력을 적극 동원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신수경 변호사 (아동학대 전담 변호사)

"형량을 강화하는 것은 아동 학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미 법원이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양형기준을 벗어나 중한 형을 선고하는 추세다. 단순 형량 상향은 이번 사건의 답도 아니고 재발방지 효과도 없다"

 

"이번 사건은 분리제도가 없었어도 분리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건과 맞지도 않는 대책을 왜 자극적으로 내놓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미 아동학대와 아동보호체계에 관한 큰 변화가 있었고, 지금은 디테일한 부분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대책을 던지는 건 흐름을 끊는 것이다", "기존의 정책이 잘 시행되는지 점검부터 하고, 실무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한 기관 놓치더라도 다른 기관이 잡을 수 있도록 이중삼중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실무자 외에 아동학대 정보를 해석하고 지휘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

 

 

- 가정법원 판사

"형량을 늘리는 게 답이 아니다", "늘리더라도 아동학대 사건은 계속 일어나지 않았나"

 

- 김예원 변호사 (전남 목포 실명 아동학대 사건 변호)

"2회 신고하면 즉시 분리한다는 기사가 나가자마자 이혼소송을 하는 집에서 서로 양육권을 가지려고 신고를 악용하고 있다", "현재 즉시분리한 아동이 안전하게 갈 곳이 마련돼있지 않다"

 

"권한 강화가 답이 아니다. 그거 하려다가 그나마 10년간 전문성 만들어지고 있던 시스템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실무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사건만 터지면 숙고도 없이 언론 잠재우기 식으로 갑툭튀 대책을 발표하면 현장은 더 힘들다. 아이들을 살릴 수 없다"

 

 


 

■ '정인이 사건'에 대한 재판부 입장

 

 

 

시민들은 '정인이 사건'에 대해 법원에 양부모를 엄벌해달라는 진정서 보내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법원에서는 쏟아지는 진정서에 전산입력도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서울 남부지법 형사 13부는 재판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증거를 다 보고 유무죄 여부를 판단하기 전까지는 진정서를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정인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아동학대 사망사건은 늘 있어왔던 문제다. 이번 사건이 이슈가 됐다고 이렇게 감정에 휩싸여서 숙고도 없이 법을 제정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인식과 강한 법률들로 인해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부모를 여의거나 버림받은 아이들이 보육시설도 마땅치 않은데 입양까지 갈 수 없게 되면, 그게 아이들을 위한 것일까?

 

판결에 있어 최대한 공정함을 잃지 않으려는 재판부의 모습이 신뢰가 간다. 국회도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좋지만 법률을 제정·개정할 때는 이성적이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법과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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